부산대학교 전경 / 사진.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성동기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열가소성 탄소섬유 복합재료의 산업 적용을 제한했던 높은 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응중합형 성형공정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플라스틱을 녹여 주입하는 기존 방식 대신 플라스틱으로 변하기 전 단계의 반응성 전구체를 탄소섬유 내부에 먼저 함침한 뒤 금형 안에서 고분자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탄소섬유 복합재료는 철보다 가볍지만 높은 강도와 강성을 갖춰 항공기와 우주 구조물, 전기차, 수소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에서 대표적인 경량 구조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열경화성 복합재료는 성형 이후 재가공과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성과 순환경제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대체할 소재로 열가소성 복합재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일반적인 열가소성 수지는 녹았을 때 점도가 매우 높아 탄소섬유 다발 사이를 균일하게 채우기 어렵다. 그 결과 내부에 공극이 발생하거나 제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으며, 대형 복합재를 빠르게 생산하는 데도 제약이 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처럼 잘 흐르는 반응성 원료를 먼저 주입한 뒤 금형 내부에서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공정을 적용했다. 특히 폴리아미드(이하 PA)12의 원료인 라우로락탐을 PA6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에 용해해 약 90℃의 낮은 온도에서도 주입이 가능한 반응성 수지 시스템을 구현했다. 기존에는 라우로락탐을 150℃ 이상의 고온에서 녹여야 했지만, 카프로락탐이 용매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제조 환경을 확보했다.


새로운 공정에서는 금형 내부에서 PA6와 PA12 성분이 함께 반응해 구배형 PA6·PA12 공중합체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초저점도 원료의 우수한 함침성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섬유와 수지 사이의 계면 결합력을 높이고 충격 저항성과 수분 안정성까지 개선했다.


실제 성형 결과 복합재 내부 공극률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공극은 복합재 내부에 형성되는 미세한 빈 공간이나 기포를 의미하며, 공극이 적을수록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된다. 이번 기술은 초저점도 원료가 탄소섬유 다발 내부까지 균일하게 침투하면서 대형 열가소성 복합재의 고속·고품질 성형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별도의 탄소섬유 표면처리 없이도 섬유 표면에 얇고 규칙적인 횡결정성 계면층이 형성되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 계면층은 탄소섬유와 수지를 단단히 결합해 하중 전달 효율을 높이고 균열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복합재의 층간전단강도는 기존 PA6 기반 복합재보다 22.7% 향상된 72.2MPa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적 특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충격 저항성과 수분 안정성도 개선됐다. 기존 PA6 기반 복합재는 높은 강도를 갖지만 외부 충격을 받을 경우 갑작스럽게 파손되는 취성 파괴 특성이 나타나는 반면, 새롭게 개발한 복합재는 PA12 성분이 더해지면서 충격 에너지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흡수하는 거동을 보였다.


또한 60℃ 물속에서 30일간 진행한 시험에서는 최종 수분 흡수량이 기존 PA6 기반 복합재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장기간 습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학교 성동기 교수가 교신저자, 손승모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허수정 박사과정생과 정승우 석사졸업생, 장문석 석사과정생이 공동저자로 연구를 수행했다. 부산대학교 안석균 교수와 UNIST 박영빈 교수도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성동기 교수는 “열경화성 복합재료는 재가공과 재활용이 어렵고, 열가소성 복합재는 높은 점도로 인해 제조가 쉽지 않았다”라며 “이번 연구는 새로운 재료와 공정 기술을 통해 우수한 기계적 특성과 재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친환경 복합재 제조 기술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