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DM은 뛰어난 물성 및 내열성을 지난 소재로 산업 전방위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인도 자동차 및 건설 산업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EPDM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환율 변동의 여파로 가격이 급증해 아직 자국 내 생산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기업들은 인도의 상황을 활용해 EPDM 시장 선점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요
에틸렌 프로필렌 디엔 모노머(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이하 EPDM)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디엔 조합으로 구성된 삼원 공중체이다.
EPDM은 포화 고분자 골격을 갖기 때문에 열, 빛, 오존에 대한 저항성이 우수한 전기 절연체에 해당된다. 반면 낮은 내화학성을 갖고 있어 기름, 가솔린, 석유 할로겐 등과 섞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EPDM은 제3성분에 디엔이 포함돼 있으므로 고무상태로 약간의 탄성력을 가져 에틸렌, 프로필렌 이원공중합체 분자가 특수적으로 내후와 균열이 없는 고무 상 원료이다.
EPDM은 충전제, 오일 등의 고충전이 가능하며 경제성이 매우 뛰어난 합성고무이나, 광물류와 병용될 경우 사용될 수 없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EPDM은 야외에 설치되는 패킹/씰링 제품 소재에 자주 활용되며, 공장 생산라인의 생산작업이나 세척작업에서 발생하는 증기와 접촉에도 내성이 강해 제조업 분야에도 자주 사용된다.
이 외에는 자동차의 웨더스트립 바디 실링, 타이어튜브, 증기호스, 전장 컨베이어벨트, 전선, 기타 전자제품, 조선, 산업용기기에 주로 사용되며 오링, 가스켓, 창틀용 씰, 롤러커버, 방수시트 등 광범위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시장 동향
전 세계 EPDM 시장 규모는 연평균 6% 이내로 성장해 2027년까지 48억 2,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성장이 다소 주춤하고, 공급 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원가 하락, 재고 과잉 등으로 인해 가치가 소폭 하락했지만, 수요의 39%를 차지하는 자동차 제조업계의 소비 회복으로 인해 시장 규모는 반등하고 있다.
분야별 EPDM 시장 규모 및 전망치(단위 : US$ 백만, %) / 자료 : Markets and Markets
EPDM 수요는 자동차 제조업, 건설업 등의 부흥과 정비례한다. 2019년 초, 인도의 EPDM 수요는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부진 등으로 인해 약세를 보였다. 그마저도 원료인 에틸렌 가격 하락과 중동 및 유럽발 저렴한 EPDM이 대량 유입되며 수급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기차를 비롯한 인도 자동차 제조업과 건설업의 성장으로 수요는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자체 EPDM 생산율이 저조해 대부분의 수요를 수입에 의존한다. 현재 러-우 전쟁 등의 국제적 여파로 인해 EPDM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하고 있음에도, 인도 내 수요는 2031년까지 연평균 6.7% 이상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공기 중 노화 및 손상, 극성 용매에 대한 강한 내성 등의 특성으로 EPDM의 용처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 타이어나 튜브, 전선 및 케이블, 윤활유 첨가제, 플라스틱 제조 시에도 활용된다. 플라스틱 제조 산업에서는 EPDM 고무가 열가소성 폴리올레핀(Thermoplastic Polyolefin, TPO) 및 열가소성 가황제(Thermoplastic Vulcanizate, TPV)의 대체재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레저용 차량(Recreational Vehicle) 지붕 및 코팅, 유압 브레이크 시스템, 라디에이터 등 EPDM 적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은 더욱 유망하다.
수입 동향
2022년 기준 인도의 EPDM 수입액은 1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요 약세로 연간 수입액 6,000만 달러로 급감했으나, 그다음 해 1억 달러 선을 넘어서며 기존 규모를 회복했다. 같은 해 한국은 약 5,800만 달러를 수출하며 인도 EPDM 상위 10대 수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수입액은 전년도 대비 약 61% 상승했고, 2023년 8월을 기준으로는 인도 전체 수입액의 약 35%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 다음으로는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인도 EPDM 상위 10대 수출국(단위 US$ 천, %) / 자료 : Global Trade Atlas
관련 기업
대표적인 현지 제조업체인 ‘Zenith Indutrial’은 1965년 설립된 뭄바이 소재 기업으로, 고무 시트나 미끄럼 방치 매트, 단열 매트 등을 위주로 제조 및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동사는 자체 보유한 첨단 인프라를 통해 일일 고무 제품 생산량 100톤에 도달했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화학기업 ‘Ameeji Rubber’은 인도를 대표하는 고무, 베어링 공급 업체로, 20년 이상의 경력과 2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사가 있는 하이데라바드에 약 40,000㎡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동사는 일일에 약 14톤에의 고무 및 베어링을 생산하며, 현재 TATA, L&T와 같은 현집 대기업 및 인도 정부와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인도 내 EPDM 고무 수요의 상당 부분이 미국, 일본 등 수입산 제품으로부터 충족되고 있는 만큼, 해외 글로벌 기업 역시 인도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종합 에너지사인 ‘ExxonMobile’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주로 취급하지만, 자동차나 전선, 케이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고무를 제조해 유통하고 있다.
일본의 ‘Mitsui Chemicals’ 역시 인도 상공업의 중심지인 델리를 거점으로 EPDM 고무를 꾸준히 공급 중이며, 독일의 글로벌 화학 기업 ‘Lanxss’도 마하라슈트라에 사옥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Lanxss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향후 인도 화학 산업 내 사업 확장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유통구조
EPDM은 종류 및 제품에 따라 사용처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소매 규모로 거래되기보다는 B2B 및 도매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다. 아직 EPDM의 인도 내 제조 규모가 현저히 적기에, 주로 한국 및 미국, 일본 등을 통해 수입 후 해외 제조업체의 현지 법인이나 수입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EPDM 유통구조 / 자료 : KOTRA 뉴델리무역관
관세법 및 인증 관련
일반적인 EPDM은 기본관세 10%가 부과되며, 통합부가세 18%, 사회복지세(Social Welfare Surcharge) 등을 포함한 합계 30.98%의 세금이 부과된다.
한편, EPDM 항목은 한-인도 협정세율 CEPA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협정에 의한 관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수입 시 별도로 요구되는 인증 및 규제 사항은 없다.
시사점
인도투자촉진청(Investment Promotion and Facilitation Agency of India)에 따르면, 2021년 인도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요도 지속 확대돼 인도의 자동차 생산량은 2026년까지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브랜드자산재단(IBEF)는 2025년까지 인도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건설 시장이 될 것을 전망했다. IBEF는 추후 약 1,150만 채의 주택이 인도 내 신규 건설될 것이며, 연간 약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자리잡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인도의 중추산업이 자동차 제조업과 건설업인 만큼, 전방산업에서의 필수품인 EPDM은 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도 최근 고품질 소재에 대한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EPDM의 수요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풀어나가야 할 주요 과제는 공급 원료의 가용성과 수입에 대한 의존도 감소다.
에틸렌, 프로필렌, 디엔 모노머에서 파생되는 제품 특성상, EPDM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환경 규제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변동 등의 영향으로 인도에서는 EPDM 고무의 가격이 두 배로 상승했다.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인도에서는 자체 생산을 희망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어 수입이 불가피하다.
인도 내에서는 최근 EPDM 가격의 증가에 따라 자체 생산의 중요성과 함께 수입 관세 인하가 화두로 떠오른다. 수입 관세가 인하된다면 현재 대인도 EPDM 수출 1위 국가인 한국이 수출에 큰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인도 시장이지만, EPDM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친환경, 고품질에 대한 수요 및 인식도 점차 제고되고 있어 한국 제품의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