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Continental AG
2022년 독일 타이어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3년 이후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지속되고 있는 러-우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 및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독일 타이어 시장은 안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이 독일 내 생산 기지 폐쇄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국내 관련 기업은 독일 타이어 시장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독일 타이어 시장 공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시장 현황
지난 2022년 독일에서 교체용 타이어는 전년 보다 약 200만 개 감소한 4,630만 개가 판매됐다. 부문별로 상세히 살펴보면,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승용차·사륜구동·경트럭 타이어의 총판매량은 2021년보다 4.7% 감소한 4,160만 개다. 이 중 승용차와 사륜구동 차량용 타이어는 3,774만 개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반면, 경트럭 타이어는 386만 개가 판매되면서 전년 보다 약 0.6%가 증가했다. 타이어 종류별로는 사계절 타이어의 판매량이 유일하게 전년보다 증가했다.
화물차 타이어의 경우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화물차 타이어는 전년 대비 0.8% 감소한 257만 개가 판매됐다. 반면 농기계, 건설 장비와 같은 특수 차량용 타이어의 판매량은 2021년보다 많이 하락했다. 건설 장비용 타이어의 경우 재생 타이어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2021년보다 판매량이 많이 감소했다.
독일 타이어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타이어의 판매량은 비록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기업들의 평균 매출은 10%, 순이익은 8.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이어 대리점의 경우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피팅, 밸런싱 및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경우 매출이 6%가 증가했다. 기업들이 매출 상승에 대해 독일 타이어무역협회 로윈(Yorick M. Lowin) 협회장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보다는 서비스 품질과 전문성이 높아져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가격 수준이 시장에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타이어무역협회는 2023년 타이어 판매량은 2022년보다 증가했음에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2023년 총 예상 판매량은 4,680만 대로 2022년보다는 증가했지만, 2019년 판매량의 88%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경쟁 동향
독일 타이어 제조사로는 흐름 패턴이 있는 차량용 타이어를 개발한 콘티넨탈(Continental AG)이 있다. 콘티넨탈은 지난 2022년 140억 유로의 매출액을 기록해 프랑스 미쉐린, 일본 브리지스톤, 미국 굿이어에 이어 매출액 순위 4위에 올랐다. 이처럼 국제 무대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 중인 콘티넨털은 지난 2022년 타이어의 혁신과 우수성을 평가하는 TTI 상(TTI Awards for Innovation and Excellence)에서 올해의 타이어 제조사로 선정됐다.

2022년 세계 타이어 제조사 매출 현황 / 자료. reifenpresse.de/Statista
무엇보다 콘티넨탈은 ESG에 앞장서는 기업 중 하나다. 동사는 지난 2020년 12월 발표한 ‘비전 2030(Vision 2030)’을 통해 타이어 산업 분야에서 스마트 타이어 솔루션 제공을 위한 디지털화와 천연고무의 지속 가능 관리 강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전략의 목표는 생산, 사용 및 재활용 측면에서 더욱 에너지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차세대 타이어를 생산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콘티넨탈은 신기술, 대체재, 친환경 생산 공정 분야의 연구개발에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2030년까지 모든 타이어 제품에 재생 및 재활용 소재 40% 이상 함유, 2050년까지는 모든 타이어 제품에 100%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콘티넨탈은 천연고무를 대체할 대체 원료 개발에도 전념하고 있다. 동 사는 독일 현지에서 공급 가능한 한 타이어 원료로서 민들레 추출 고무에 주목했다. 2011년 독일 연방교육연구부와 연방식품농업부의 지원을 받아 프라운호퍼IME연구소, 율리우스퀸연구소(Julius Kühn-Institut), 식물 재배 전문 업체 ESKUSA GmbH 등의 파트너들과 함께 민들레 고무 타이어 개발에 착수했고, 2021년 민들레 고무 자전거 타이어 Urban Taraxagum을 시장에 출시했다.
콘티넨탈의 트럭 및 버스 타이어는 운항 거리와 용도에 따라 ▲Conti EcoPlus ▲Conti EcoRegional ▲Conticoach ▲Conti CoachRegio와 같은 다양한 제품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 개발된 conti regional, Conti EcoPlus와 같은 제품군은 친환경 타이어 제품들로 구름 저항을 줄이고, 트래드 마모성과 접지력을 크게 향상해 탄소 배출 및 연비 절감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이다.

콘티넨탈 트럭&버스 타이어 제품 라인 / 자료. Continental AG
또한 콘티넨탈은 지난해 열린 IAA 하노버 상용차 전시회에서 도심 전기 시내버스와 배달 차량을 위한 친환경 타이어 Conti Urban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타이어는 소재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 소재이며, 특수 고무 컴파운드와 넓은 트레드를 통해 기존 도심 버스 타이어에 비해 구름 저항을 7% 감소시킬 수 있다. 더불어 동사는 해당 전시회에서 전기 구동 액슬을 장착 트레일러 전용 타이어 시제품도 공개했다. Conti EcoPlus HT3+를 기반으로 개발된 이 시제품은 디젤 엔진 차량의 탄소 배출량과 연료 소비량을 20%씩 낮출 수 있다. 콘티넨탈은 오는 2025년부터 해당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수입 동향
2022년 독일의 총수입액은 총 17억 8,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수입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슬로바키아로 2022년 기준 독일의 슬로바키아 수입액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2억 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점유율 2위인 터키의 경우 수입액이 전년 대비 24.5% 증가한 1억 6,600만 달러를 갱신했다. 3위는 룩셈부르크가 차지했는데, 수입액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억 6,500만 달러를 달성했다. 4위는 폴란드가 수입액 전년 대비 6.2% 증가한 1억 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슬로바키아, 폴란드, 루마니아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 수입국 10위권 내 진입해 있는데, 이는 세계 유명 제조사들이 저임금과 서유럽 접근성이 좋은 이들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유럽 국가들 이외에도 중국이 7위를 달성하며 수입액 전년 대비 66.6%가 증가한 1억 6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이어 대만이 8위로 수입액 전년 대비 53.8% 증가한 9,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독일의 한국 수입액은 4,8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0.4% 증가했다. 수입 점유율을 2.7%로 전체 국가 중 12위에 위치했다. 하지만 타이어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도 해외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 우리 기업이 생산한 타이어는 더 많이 수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증 제도
타이어 수출을 위해서는 EU 자동차 부품 형식 승인 e-Mark를 받아야 한다. e-Mark는 자동차 산업 분야에 관련된 EU 적합성 준수 마크로 유럽 시장에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을 판매하기 전에 EU 회원국으로부터 반드시 형식 승인을 받아야 하는 강제 검사 제도이다.

유럽 형식 승인 인증 제도 / 자료. TÜV SÜD Korea
e-Mark는 제조자가 스스로 적합성을 선언할 수 있는(Declaration of Conformity) CE 마킹과 달리, EU 각국의 인증기관이나 그 인증기관이 인정한 시험기관에서 형식 승인 시험 후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시험 소요 기간은 완성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1~2개월 소요되며, 부품류의 경우 대부분 2개월 이내에 가능하다. ISO9000을 획득한 제조 기업은 생산 절차의 적합성이 인정돼 기관의 면밀한 검사 없이 형식 승인 획득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안전한 제품 제조 여부 확인을 위한 공장 시설 및 생산 절차 등 현장 검사가 시행될 수 있다. 또한, 형식 승인이 완료되면 인증 마크와 번호를 부여받게 되는데, 마크에는 EU 개별 국가의 고유 번호가 매겨진다. 1개 회원국에서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은 다른 회원국의 별도 승인 없이도 역내 자유로운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하다.
한편, 사계절용 타이어 및 겨울용 타이어 중 M+S(Mud+Snow)만 표시된 타이어는 2024년 9월 30일까지만 허용된다. 2024년 10월부터는 3PMSF(3Peak Mountain SnowFlake) 기호가 표시된 타이어 혹은 M+S와 3PMSF 두 기호 모두 있는 타이어만 겨울용 타이어로 인정된다.
시사점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타이어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만큼 회복하진 못했으나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다. 그러나 러-우 사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독일 자동차 산업 현황이 좋지 않은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세계 유명 타이어 제조사들이 독일 내 생산 기지를 폐쇄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은 독일 칼스루에(Karlsruhe)와 트리어(Trier)에 있는 트럭 타이어 생산 공장을 2025년 말까지 폐쇄하고 고객센터 역시 칼스루에에서 폴란드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굿이어 역시 풀다(Fulda)에 있는 공장을 2025년 9월까지 폐쇄하고, 퓌르스텐발데(Fürstenwalde)의 생산 공장도 2027년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세계 유명 제조사들이 독일 내 공장 생산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이유는 생산 비용 상승 및 고임금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뒤처져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타이어 시장 내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가 좋은 타이어들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은 가성비가 좋은 타이어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다. 또한 유명 제조사들이 독일 현지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타이어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