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학교가 바닷속에서 원재료까지 분해 가능한 ‘초분자 플라스틱’ 을 개발했다. / 사진. 도쿄대학교
일본 도쿄대학교(이하 도쿄대) 이화학 연구소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강한 물성을 가지면서 바닷속에서 쉽게 원재료까지 해리해 생화학적으로 대사되는 ‘초분자 플라스틱’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본 연구 성과는 플라스틱의 대체 재료로서 고체 초분자 폴리머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 억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 분리를 이용한 초분자 플라스틱의 합성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플라스틱은 거대 분자인 폴리머(중합체)로 구성돼 있다. 폴리머란, 중합 반응에 의해 다수의 모너머(Monomer, 단량체)가 안정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그 대부분이 화석 자원을 원료로 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현재 세계에서 연간 4억 3천만 톤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중 재활용되고 있는 것은 PET를 중심으로 9% 이하에 불과하며,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재생산 플라스틱은 전체 플라스틱의 약 1.5%에 그친다. 자연환경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점차 분해되며 미세 플라스틱(5㎜ 이하)이 돼 지구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에 주목받는 것이 바로 초분자 폴리머이다. 초분자 폴리머는 결합 가역성에서 원료 모너머로 쉽게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초분자 폴리머는 고무와 같은 부드러운 재료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플라스틱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돼 왔다.
이에 도쿄대 창발물성(創発物性) 과학연구센터 창발 소프트 미터 기능 연구 그룹의 아이다 타쿠조 디렉터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식품첨가물이나 농업 용도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저렴한 생화학적인 물질대사를 받는 두 종류의 이온성 모너머를 이용해 높은 대사성을 가지면서도 우수한 성형 가공성, 내열성, 높은 역학 특성 등 기존의 플라스틱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춘 무색투명하고 초고밀도의 유리 초분자 플라스틱을 얻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생화학적인 물질대사를 받는 두 종류의 이온성 모너머를 실온의 수중에서 혼합했다. 수소결합으로 강화된 정전 상호 작용(염교)에 의해 각 원료가 접착돼 가교 구조체를 형성함과 동시에 이 혼합물은 상과 하상으로 상 분리를 일으킨다. 상은 고밀도의 물에 모너머의 무기 대 이온을 취입(탈염), 하상은 정전 상호 작용(염교)에 의해 접착된 가교 구조체를 형성해 응축 상을 만든다. 이 상 분리를 통해 가교 구조가 안정화돼 소금을 외부에서 첨가하지 않는 이상 가교 구조체에서 원료로의 해리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응축 상을 분리하고 건조시키면 무색투명한 초고밀도(1.71gcm–3)의 유리 상태 초분자 플라스틱이 정량적으로 얻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쿄대 이화학 연구소가 개발한 '초분자 플라스틱' / 사진. 도쿄대학교
플라스틱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이 초분자 플라스틱은 황산구아니디늄(Sulfuric Acid Guanidinium)의 모너머 구조 설계를 통해 다양한 물성의 초분자 플라스틱으로 변조할 수도 있다. 이번에 각기 다른 모너머 구조의 황산구아니디늄을 사용해 내열성이 뛰어난 초분자 플라스틱, 경도를 갖춘 초분자 플라스틱, 인장강도가 높은 초분자 플라스틱을 제작했다.
이번에 개발한 초분자 플라스틱은 제작한 세 종류를 포함해 모두 견고하면서도 쉽게 성형 가공이 가능해 복잡한 모양도 만들 수 있어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해도 뒤져지지 않는 물성을 가졌다. 해수 등의 소금물에 넣으면 원료 모너머까지 신속하게 해리됨에 따라 박테리아 등에 의한 생화학적인 물질대사가 가능해져 환경오염을 방지한다. 또한, 인 원자를 포함하고 있어 난연성에 온실가스를 내지 않으며 유독성도 없고 자연환경에 방치하면 토양에 흡수된다. 이는 친수성이 낮고 자연환경에서 분해속도가 느린 생분해성 폴리 젖산 등의 제품과 대조적이다.
이번 도쿄대의 초분자 플라스틱의 개발은 플라스틱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연구사례로, 앞으로의 활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