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투자청(GTAI, Germany Trade And Inves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독일 내 외국인직접투자는 약 62억 유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총 2,300여 건의 FDI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프로젝트 금액은 2014년 32억 유로에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번 독일 외국인직접투자 증가는 중국의 대독일 투자 증가로 인한 것이며, 중국은 2년 연속 독일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자료 : KOTRA 글로벌윈도우

중국의 대독일 M&A 현황
2015년 중국의 M&A 주요 종착지는 유럽으로, 총 투자금액의 50% 이상이 유럽에 투자됐으며, 단일국가로는 독일 M&A 투자액이 521억4700만 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23%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독일 기업 인수는 2005년 2건에서 2015년 36건으로 유럽 주요국 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액 측면에서도 2012년 Putzmeister사 인수 건에서 세웠던 중-독 M&A 최고 금액 3억2000만 유로가 2016년 들어 세 차례 경신되며 그 규모 역시 크게 증가했다.
독일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지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4월까지 32억 유로의 중국 자금이 12개 사의 독일 기업에 투자됐다. 이처럼 중국의 적극적인 M&A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6년 6월 20일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중국의 M&A 투자금액은 이미 2015년 한 해 전체 1115억 달러를 뛰어넘은 11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독일 기업 M&A 요인
요인1 : 독일의 선진기술을 흡수·습득함으로써 기존 단순제조/중공업 중심에서 벗어나 소비/서비스 산업으로 진화, 경제선진화 목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국무회의에서 “중국은 국제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하며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을 수립,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전통 제조공정에 IT, 로봇기술 등을 결합해 제조업을 독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국가전략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로봇신전략’ 등 4차 산업혁명 주도권 다툼에 중국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10개 산업 중 정보통신, 자동화, 항공우주, 신재생산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중국의 대독일 주요 투자 분야인 산업기계 제조업, 화학, 신재생, 자동차 분야와 일맥상통하며, 독일의 원천 및 혁신기술, 노하우 습득 및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자신들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 예로, 지난 2016년 1월 독일 Krauss Maffei사를 인수한 중국 국영기업 ChemChina사는 인수의 이유를 Kraus Maffei사가 개발한 탄소복합재 생산설비(HP-RTM기술) 등 초경량 신소재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독일 로봇기술 기업 KUKA에 대한 중국의 러브콜 역시 기술 획득을 위한 것으로,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요인2 : 독일의 시장 경쟁력 및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국제 시장 경쟁력 강화
국제적 인지도가 부족한 중국 기업은 독일의 브랜드 파워 및 경쟁력을 앞세워 국제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2012년 독일의 Putzmeister사와 Schwing사를 인수함으로써 국제 콘크리트 펌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요인3 : 최근 유로화의 약세로 인한 인수 원가 하락으로, 독일의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 소위 ‘히든 챔피언’들은 더욱 매력적인 매물로 등극
이 밖에도 에른스트영은 독일인들이 신용을 잘 지키고, 근면성실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파업율이 낮고, 영어 소통이 비교적 잘 된다는 점 역시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과도한 독일 기업 관심에 대한 우려
2014년 말 미국의 싱크탱크 Pew의 조사에서 약 90%의 독일인은 외국투자 자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간섭, 독일 내 인력 감축, 불공정 경쟁, 불투명성, 지적재산권 침해, 핵심기술 유출과 연관지어 더욱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중국 Midea사의 KUKA사 인수 제안 이후, 독일 경제부장관이자 부총리인 지그마 가브리엘은 최근 중국의 독일 기업에 대한 과열된 관심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외국인직접투자에 있어 공평한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인수된 독일 기업 운영 현황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의 독일 기업은 중국 투자로 중국 시장 진출, 일자리 창출, R&D 사업 지속 등 만족을 표하고 있다.
Putzmeister사의 경우에는 2012년 중국 인수 소식이 전해졌을 때, 3000여 명의 직원들이 반대시위를 벌일 정도로 반발이 심했으나, 이 회사 노사협의회장 뢰플러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Sany사의 인수합병 후 인력감축 등의 부정적 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경영진은 독일의 강소기업과 그들의 근면 성실한 독일 직원을 높게 평가하고, 독일 CEO 카르크씨에게 독일 시장에 대한 모든 자율권을 부여, Sany사는 중국 시장만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Aixtron사의 경우는, 이번 중국 자본으로 진행 중이던 핵심 R&D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으며, 자동차부품 기업 Kiekert사는 중국 인수합병 이후에서야 중국, 러시아로 시장을 확장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KUKA사는 투자 협약서에 상장 폐지 금지, 7년 반 동안의 기업 재편 및 구조조정 금지, 자율권 부여 등의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망 및 시사점
글로벌 제조업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중국 정부의 빠른 판단과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인수경쟁 참여는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혁신주도형 산업구조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선진 제조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기업을 인수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차이나머니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고 있으며, 전통 제조시설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M&A를 통한 제조업 성장전략은 저성장에 직면한 우리 제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이러한 전략은 국내 제조업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0여 년 역사의 독일 B사를 인수한 한국 A사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이 인수합병으로 독일 기업과의 기술 교류를 통한 선진기술 습득은 물론 유럽시장 진출의 이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A사와 비슷한 제품군을 가진 독일 B사는 “한국 A사의 미주 유통망을 이용, 아시아 및 미주까지 시장 확장의 이점을 얻음으로써 상호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그는 경영상 애로사항에 대해 “독일과 한국의 고용제도, 근로환경 등 법적 환경의 차이가 매우 크므로 사전에 독일의 법 제도를 충분히 숙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큰 사안을 제외하면 독일 경영인에 독일 경영 자율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