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제품은 자국 내 생산 규모보다 수요가 더욱 커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최근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지만, 석유화학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가격 못지않게 품질도 중요한 분야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에게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수출 시장이다.
석유화학제품 품목 정의
석유화학제품은 석유제품(나프타)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원료, 합성고무 및 각종 기초 화학제품을 뜻한다.
석유화학제품 품목별 HS Code
자료 : 대한민국관세청, 인도네시아 재무부, 한국석유화학협회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의 기회와 전망
석유화학제품은 자동차, 전자, 건설, 섬유 등 다양한 산업에 소재를 제공하는 산업이며 인도네시아에서 석유화학산업은 선도산업에 포함되면서 메이킹 인도네시아 4.0로드맵에서 언급된 5대 육성 산업에 포함되는 인도네시아 핵심 산업 중 하나이다.
인도네시아가 연 5%대의 경제성장률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도네시아 내에서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석유화학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다.
석유화학산업은 기본적으로 약 40억 달러 내외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소요되는 기술집약형 장치산업이고 NCC 설비(나프타 분해시설)를 모체로 관련 계열공장들이 수직계열화, 단지화되며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규모의 경제가 작용되는 분야이다. 또한 해당 산업은 기술선점 효과가 높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이며, 제조원가의 60~80%를 원료비가 차지하고 유가변동과 경기변동, 수급조건에 따라 호부진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 순환형 산업이다. 무엇보다도 기본 원료의 약 7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석유화학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기존의 철강, 유리, 목재, 종이, 고무, 시멘트, 비철금속, 천연섬유, 천연염료 등의 기본 소재를 대체함으로써 자원의 고갈도 방지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며 삶의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는 화학제품 생산 규모가 7.9% 성장했으며 이는 내수시장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2018년 말 국제 원자재 가격이 회복됨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의 석유화학제품 생산 수익성 또한 2019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플라스틱 생산의 증가는 석유화학산업 규모 증가로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 규모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1.6%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 및 동향
석유화학제품은 플라스틱, 비료, 페인트, 살충제, 자동차 부품, 생활소비재의 원료로 사용되며, 이들 산업이 성장하면서 동시에 석유화학제품의 규모도 성장했다.
기초화학물질을 포함해 비료, 질소화합물, 인조섬유, 페인트 및 바니쉬, 농약 및 살충제 등 인도네시아의 화학제품 생산 매출 규모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의 인도네시아 화학제품 생산 매출 규모는 616조 9,888억 루피아(약 443억 7,965만 달러)를 기록했던 2017년보다 약 8.1% 성장한 666조 8,129억 루피아(약 468억 8,272만 달러)로 추산된다.
인도네시아의 화학제품 생산 매출 규모 및 동향(단위 : 백만 루피아)
자료 : 유로모니터
* 2018년은 유로모니터 추정치
** 2019년 3월 8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평균 환율은 USD1=14,223IDR
이러한 상황과 같이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제품의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이나 수요 대비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찬드라 아스리 페트로케미칼(PT Chandra Asri Petrochemical Tbk)이 2018년 12월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자국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높은 석유화학제품에는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이 있으며 소비보다 생산량이 많은 품목은 프로필렌, 부타디엔, 스타이렌 등이다. 부타디엔의 경우 2020년 무렵부터는 소비량이 생산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며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스타이렌 제품은 생산량 대비 가파르게 성장하는 제품 소비량으로 인해 자국의 석유화학기업 공장이 생산용량을 늘리지 않으면 수입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
또한 Fitch Solutions Indonesia는 2016~2018년간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토대로 2019년과 2020년의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추산했다. 2017년과 2018년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제품 생산 규모의 증가율은 각각 1.05%와 0.62%에 그쳤고, 2019년에는 주요 공장의 신규 생산량 증가 계획이 없어 2018년과 동일한 960만 5,000TPA(Ton Per Annum, 연간생산톤)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네시아의 주요 석유화학공장들이 5년 내에 생산량을 증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어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은 2020년 이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석유화학제품 동향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는 원유 또는 천연가스이며 현재 인도네시아에 원유를 정제하는 대형 정유공장은 총 7개가 있고, 이들은 국영 석유 기업인 뻐르따미나(PT Pertamina)가 운영하고 있다. 7개 공장은 찔라짭(Cilacap), 발릭빠빤(Balikpapan), 쁠라주(Plaju), 두마이(Dumai), 발롱안(Balongan), 숭아이빡닝(SungaiPakning), 까심(Kasim) 정유공장이다.
이외에도 PT Tri Wahana Universal(TWU)가 동부 자바의 세뿌(Cepu)에 소형 정유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타 소형 정유공장들이 있는데 이들의 공급량은 수요량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년 7월에 정유공장 개발 마스터플랜(RDMP)과 신규 풀뿌리 정유공장 계획(NGRR)이라는 2가지의 프로그램에 착수했으며,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외국기업을 활발히 유치해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정유 생산량을 늘리고자 했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유가, 규정의 불확실성, 지나친 관료주의 만연, 자금 부족으로 인해 현재까지 관련 프로젝트의 진행이 부진한 편이다.
Fitch Solutions Indonesia에 따르면 정유공장의 경우 몇 가지 주요 프로젝트가 있으며 이들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 정유공장 주요 프로젝트 현황
자료 : Fitch Solutons Indonesia
* bpd는 barrels per day의 약자
석유화학제품 공장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근에 가장 큰 이슈는 2018년 12월에 인도네시아 반뜬주에서 대규모 유화단지 기공식을 진행했던 롯데케미칼의 나프타 분해시설과 하류부문공장 건설 추진 건이다.
또한 찬드라 아스리 페트로케미칼도 두 번째 석유화학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60만TPA 프로필렌과 110만TPA 규모의 에틸렌을 추가 생산할 것으로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35억 달러를, 찬드라 아스리 페트로케미칼은 54억 달러를 투자해 총 투자규모가 약 8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에틸렌 주요 생산 업체인 찬드라 아스리 페트로케미칼의 경우 증가하는 원료 단가와 부족한 경제 인프라로 인해 수익성이 보장되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플라스틱협회(INAplas)는 에틸렌 원료와 같이 석유화학제품 가공에 필요한 원자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언급했고, ▲PT Petrokimia Nusantara Interindo(Peni) ▲PT Asahimas ▲PT Sulfindo ▲PT Eastern ▲PT Statomer ▲PT Siam Maspion ▲PT Dow Chemicals 등의 기업이 에틸렌 원료 부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내수의 수요와 다운스트림 분야의 공급에 불균형이 생기게 되면 석유화학제품의 수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INAplas의 부디 수산또(Mr Budi Susanto)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업계는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으며 2015년에 석유화학제품원료의 70%가 수입됐고 2018년까지도 해당 원료의 수입 비중은 여전히 높았다”고 언급하며 “INAplas의 추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에는 연간 560만 톤의 원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국내 공급량은 245만 톤에 그쳤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의 정유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료의 20%만이 석유화학업계로 조달되며 나머지 80%는 에너지 분야로 조달되는 상황임을 언급하며 “수입에 의존하는 한 원료 공급의 확실성과 단가가 석유화학업계에 문제가 될 것임에 따라 석유화학제품 원료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정유 공장을 더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르링가 하르따르또(Airlangga Hartarto)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은 자국 석유화학제조업의 성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찬드라 아스리 페트로케미칼이 대규모로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임에 따라 관련 산업계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는 “뻐르따미나사가 이와 관련해 정유공장을 더 활성화할 것으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공장들이 원료를 더 쉽게 조달받을 수 있을 것이며, 해당 국영 기업이 석유화학산업의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 산업을 통합하는 데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3년간 수입동향
최근 3년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제품의 수입은 내수시장의 수요 증가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에는 수입이 전년대비 17.03% 향상됐고 2018년에는 전년대비 16.97% 높아졌다. 2018년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제품 수입 규모는 219억 4,284달러로 같은 해 인도네시아 전체 수입실적의 약 11.68%를 차지하며 2016년의 총 160억 2,970만 달러의 수입 규모보다도 36.9% 증가했다.
최근 3년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제품 수입 규모 및 동향(단위 : 백만 달러)
자료 : Global Trade Atlas
2018년 기준 석유화학제품 중에서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아세탈수지 및 폴리에스테르(HS Code 3907), 에틸렌 중합체(HS Code 3901) 그리고 프로필렌이나 올레핀 중합체(HS Code 3902)가 가장 많이 수입됐다. 증가율의 경우 최근 3년간 유기화학품인 비환식알코올과 관련 유도체(HS Code 2905)의 수입이 급증했다.
인도네시아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상위 10대 국가에는 싱가포르,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미국 등이 있으며 그중 한국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 국가들은 2018년 기준 전체 석유화학 수입시장에서 85.8%를 차지하며 이 국가들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수입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3년간 수입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는 연평균 수입증가율이 33.21%인 인도이고, 21.99%인 중국이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 생산 기준 시장점유율(단위 : %)
자료 : PT Chandra Asri Petrochemical(2018년 3분기 기준)
대한국 수입 규모 및 동향
2018년 인도네시아는 한국으로부터 약 18억 1,287만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을 수입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0.27% 증가한 규모로서, 2016년 대비 21.48%의 수입증가율을 보인 2017년보다 수입 증가가 둔화됐다.
그럼에도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가장 수입이 많은 품목은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아세탈수지 및 폴리에스테르(HS Code 3907)와 합성고무류(HS Code 4002)이다. 2018년 폴리아세탈수지 및 폴리에스테르 수입 규모는 7억 4,050만 달러로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의 41%, 합성고무류는 2억 8,235만 달러로 한국산 석유화학제품의 16%를 차지했다.
한편 Global Trade Atlas에 따르면 합성고무류의 경우 인도네시아 합성고무류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가장 많이 수입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사점
석유화학산업은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원가 절감 등 고정비 절약 효과가 증가하며, 아울러 전·후방산업 간의 가치사슬을 통한 연계 효과가 매우 중요한 산업인데, 아직까지 인도네시아의 경우 후방산업과의 연계 효율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우리 기업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 생산 규모보다 수요 규모가 더 큰 상황으로 수입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우리 기업의 수출 기회 또한 높은 편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석유화학제품은 환율 및 유가에 굉장히 민감한 품목으로, 환율 및 유가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라 마진이 달라지기 때문에 석유화학업계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및 수출 물량을 조절해나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출호조상태의 고정적 유지가 쉽지 않은 품목이다.
사진. pixbay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제품은 제약, 플라스틱, 화장품, 섬유봉제, 건설자재, 수송기계 등 다양한 제조산업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석유화학산업의 유통구조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적인 수요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 구조는 주요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고정적인 유통기업들과의 탄탄한 공급사슬을 구축한 구조이기 때문에 전방산업 분야에서의 사업파트너 발굴 또한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값싼 중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국가 차원에서도 석유화학제품의 수입을 줄이기 위해 각종 석유화학단지 구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투자유치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석유화학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사업이며 단가 못지않게 품질도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입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