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뉴스

지구를 구하는 소재 ‘썩는 플라스틱’의 부상 지구를 구하는 소재 ‘썩는 플라스틱’의 부상 정요희 기자 2012-01-31 00:00:00

 

썩는 플라스틱(생분해성 플라스틱)이란 기존 화학 플라스틱과는 달리 사용 후 낙엽처럼 완전히 분해되는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원료는 주로 식물이나 미생물 등의 생체물질이며, 사용 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다시 생체물질에 이용되므로 지속 가능한 순환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생산공정에 에너지 효율적이며, 유해물질 배출도 크게 감소된다. 그리고 폐기물이 거의 없어 수거비용 등 처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장점에 화학 플라스틱과의 가격 격차까지 축소되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의 응용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썩는 플라스틱의 주요 응용분야

? 소비재용 : 일회용품 및 포장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의 사용 규제가 강화되어 이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호주를 시작으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됐으며, 장기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생활용품, 산업용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강도와 열 안정성을 높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개발됨에 따라 고온에서도 사용 가능한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현재까지는 우유팩, 음료수 용기 등 냉장·상온 조건에서 사용되는 포장재가 대부분이다.

? 농·어업용 : 농업용 필름 및 어구

수거가 어려운 농업용 필름과 유실할 경우 해양오염을 야기하는 어구 등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 중이다.

수거율이 낮은 농업용 필름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 사용 후 필름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 수거 및 폐기 비용이 최소된다. 2009년 국내 농업용 필름 수거율은 약 65% 수준이며, 특히 두께가 0.02mm로 매우 얇은 멀칭필름은 수거가 어려워 토양오염을 야기한다. 생분해성 필름은 기존 필름에 비해 재료가 비싸지만, 수거 및 폐기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확보된 수준이다.

기존 나일론 어구를 생분해성 플라스틱 어구로 대체하면 유실에 따른 해양 오염을 줄이고, 사용 후 재활용도 가능하다.

세계 어구 유실량은 연간 64만 톤 수준이며, 유실된 어망은 바다에서 분해가 되지 않아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 등 해양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어구는 사용 후 매립하거나 재생 칩, 플라스틱 바구니 등으로 재생산이 가능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구조나 물성 조절을 통해 경작물이나 어종에 따라 썩는 기간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농작물의 종류에 따라 생육속도와 수확기간이 다르므로 이에 맞춰 생분해성 필름의 분해속도를 조절해 농업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생분해성 필름은 퇴비화가 가능하여 필름의 분해와 동시에 퇴비로 활용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 건축용 : 벽지, 바닥재 및 단열재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유해물질을 방출하지 않는 친환경 건축자재로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생분해성 친환경 벽지와 바닥재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방출하지 않아 새집증후군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지붕, 벽, 구조패널 등 건축용 단열재로 활용되는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 전자·자동차용 : 전자부품 및 자동차 내장재

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가 낮고 열에 약한 단점이 개선되면서 전자제품 케이스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컴퓨터 케이스(소니, 후지쯔), DVD 케이스(소니), 휴대폰 케이스(삼성전자, NEC, 노키아) 등이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섬유강화 보강재 등을 첨가하여 기계적·물리적 특성을 향상시킨 전자부품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비 향상을 위한 경량화 소재 개발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이 이슈다. 바닥매트, 카시트, 도어트림 등 내장재를 우선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고강도·고내열성을 요구하는 외장재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도요타(日)는 2003년 PLA 복합소재를 개발해 보조타이어 커버 및 바닥매트 등에 적용했으며, 2015년까지 플라스틱의 20%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한 친환경 플라스틱과 재활용 소재로 대체할 방침이다.

시사점

? 기업은 핵심기술을 확보해 비용 효율적인 제품을 선도적으로 개발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의 핵심기술인 미생물·효소 등의 유전자 조작 및 공정 시스템 확립이 필수다. 한국기업은 대부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수입해 가공제품을 만드는 수준으로,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가 절실하다. 자연계에는 아직 이용되지 않은 미생물·효소가 많아, 개발 성공 시 미생물·효소의 선점이 가능(미생물·효소 주권 강화)하다. 지구상에는 약 550만 종의 미생물과 3,000여 종의 효소가 있다고 하나, 상업적 용도로 쓰이는 것은 미생물 100여종, 효소 150여 종에 불과하다.

한국의 강점인 발효공정기술, 화학공정 운영역량 등을 바탕으로 미생물 개량기술을 접목하면 경제성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이 가능하다.

화학공정은 ‘원료 반응기-추출·정제 설비’ 등으로 구성되어 ‘미생물 발효기-추출·정제 설비’ 등으로 구성된 바이오공정과 유사하다.

핵심기술을 개발한 후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 업계는 현재 PLA 외에는 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5년 내에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PLA의 생산단가는 1kg당 2~2.5달러로 석유? PE, PP의 생산단가(1kg당 1.5~2달러)에 필적한 수준이지만, PBS와 PHA 등의 생산단가는 1kg당 5달러 이상 수준이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산규모는 연간 10만 톤 이하다.

화학 플라스틱 대비 낮은 물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지속하여 새로운 용도를 창출한다. 강도가 낮고 충격이나 열 안정성이 부족한 약점 등을 보완하면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퓨락은 스테레오 콤플레스(stereocomplex) 기술을 이용하여 ABS와 대등한 열 안정성과 충격강도를 가진 복합소재를 개발하고, 자동차 외장재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물성 개선 노력뿐 아니라 디자인과 감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 정부는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기업 육성을 지원

정부는 R&D 투자를 강화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공공구매와 차액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을 지원한다. 초기 투자부담, 오랜 기술개발 기간, 결과의 불확실성 등 기업의 독자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R&D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우선구매를 통해 제품 생산 및 소비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2009년 美 농무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한 바이오 기반 제품의 구매 진작을 위해 ‘BioPreferred’ 규정을 마련했다.

현재 가격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제품 생산 전 과정의 비용을 고려하여 정부가 차액지원 등 시장활성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2007년부터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수산자원 보호와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생분해성 어구 구입시 나일론 어구 가격을 초과하는 비용 일체를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관련한 제품규격 표준화, 인증제도 효율화 등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기업 활동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