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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교육대학교, 빛으로 바이러스 없애는 항바이러스 플라스틱 복합소재 개발 실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광촉매 기반 항바이러스 기술 황성훈 기자 2025-07-23 15:56:45

 (왼쪽부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박수민 교수, 이유진 박사과정, 김태용 교수 / 사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항바이러스 소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촉되는 실리콘, 플라스틱, 필터 등의 표면에 장기적이고 안전한 항바이러스 기능을 부여하는 기술은 차세대 방역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한국기술교육대학교(KOREATECH, 이하 한기대)는 구리 기반 광촉매를 활용한 고성능 항바이러스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기대는 화학생명공학과 박수민·김태용 교수 연구팀이 중앙대 남인호 교수팀, 서울대 한정우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구리 기반 광촉매를 활용한 고성능 항바이러스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손잡이, 책상, 문고리 등 다양한 표면을 통한 간접 접촉이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경로로 밝혀지면서 구리 분말을 이용한 항바이러스 필름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실제 항바이러스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연구팀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구리 산화물의 화학적 상태와 원자 구조에 주목했다. 그 결과 원자 수준에서 구조를 정밀 제어한 구리 산화물 광촉매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가시광선(태양광, 실내 조명)에서도 스스로 항바이러스 성능을 재생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한기대 연구진은 항바이러스 활성이 높은 구리 산화물(CuxO)을 이산화티타늄(TiO₂) 광촉매에 결합한 ‘CuxO–TiO₂’  나노복합체를 개발하고, 이를 실리콘, 폴리프로필렌(PP), 나노섬유(NF) 필터 등 다양한 고분자 소재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복합소재는 가시광선만으로도 3분 내 바이러스 99.9% 이상의 살균 효과를 발휘하며, 30분 경과 후에도 항바이러스 성능이 지속되는 장기 안정성도 확보했다.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기존 구리 기반 소재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개발한 CuxO–TiO₂ 광촉매 복합체를 실리콘(PDMS) 엘라스토머, 폴리프로필렌(PP) 사출제품, 나노섬유(NF) 필터 등 다양한 고분자 제품에 적용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각 제품은 기존 산업 공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믹싱, 압출, 사출, 전기방사 등의 일반적인 제조 방법을 통해 가공됐으며, 실용화를 전제로 한 조건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우선, 실리콘 기반 복합소재는 가시광선 하에서 높은 항바이러스 성능을 발휘했으며, 광촉매 입자가 표면에 균일하게 분포됨에 따라 반복 테스트 5회 후에도 초기 항바이러스 효과의 약 91.6%를 유지했다. 특히 3주간 상온 보관 후에도 성능 저하 없이 99.1%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유지해 우수한 지속성을 입증했다.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경우, 산업용 압출 및 사출 성형 공정을 통해 제작된 마스터배치 형태로 구현됐으며, 항바이러스 성능과 함께 원재료의 기계적 특성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 공정에서도 기능성과 내구성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노섬유 기반 공기필터의 경우 전기방사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광촉매가 고르게 분산된 상태에서 가시광선 노출 시 바이러스를 어두운 조건 대비 약 7배 빠르게 제거하는 뛰어난 항바이러스 속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실리콘 복합체에 대한 세포 독성 및 수생 생물(물벼룩) 기반 생태 독성 실험에서도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아, 해당 복합소재가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결과는 본 기술이 의료기기, 생활용품, 공공시설용 소재 등 다양한 상업적 응용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광촉매 기반 항바이러스 기술의 구조-기능 상관관계를 심층 분석하고, 구리의 국소 원자 구조가 항바이러스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함으로써,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동시에 진보시켰다.


한기대 박수민 교수는 “딥러닝 기반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결합한 융합 연구를 통해 고기능성 항바이러스 소재를 개발했고 이를 실생활 제품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학술적·공학적으로 모두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더 넓은 파장의 빛에 반응하도록 가시광선 영역 전체에서 반응 가능한 고효율 항바이러스 복합소재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