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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혼합 폐플라스틱 일괄 재원료화 성공 탄소 저감과 순환경제 구현의 실마리 임승환 기자 2025-09-26 11:56:39

사진.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스틱 분리배출의 불편함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나누고 라벨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도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및 다수의 대학이 참여한 ‘플라즈마 활용 폐유기물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이하 사업단)’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혼합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 제조의 핵심 원료로 되돌리는 혁신적인 플라즈마 전환 공정을 확립했다.


이번에 개발된 공정은 혼합 폐플라스틱을 플라즈마를 활용해 에틸렌과 벤젠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다. 플라즈마는 고온에서 전기적으로 활성화된 기체 상태로, 기존 열분해보다 훨씬 빠른 반응 속도와 높은 에너지 전달 특성을 지닌다. 기계연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100% 수소를 사용하는 고온 플라즈마 토치를 개발해, 1,000~2,000℃의 초고온에서 불과 0.01초 이내에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물질은 에틸렌과 벤젠으로, 선택도는 70~90%, 에틸렌 수율은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99% 이상의 고순도 원료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 열분해 방식이 450~600℃에서 반응하며 백여 종의 혼합물질을 생성해 실제 활용 가능한 화학물질 비율이 20~30%에 불과했던 한계를 극복한 성과다.


연구팀은 초고온 분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100% 수소 기반 운전 방식을 적용했다. 이로써 장기 운전 안정성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공정에서 활용이 어려웠던 부산물 왁스까지 80% 이상 선택도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덕분에 전체 생성물의 70~80% 이상을 재활용 가능한 에틸렌과 벤젠으로 선택적 전환할 수 있었으며, 에너지 효율 역시 크게 향상됐다.


현재 국내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률은 1% 미만에 머물고 있다. 혼합 플라스틱의 경우 반드시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쳐야 공정 적용이 가능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사실상 활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기술은 선별 과정 없이 혼합 플라스틱을 원료화할 수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성 또한 입증됐다. 파일럿 운전 결과 생산된 에틸렌의 단가는 기존 석유 기반 에틸렌과 동일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오는 2026년부터 국내 실증 사이트에서 장기 운전 검증을 추진해 상용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업단 송영훈 단장은 “세계 최초로 혼합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전환하며 경제성을 확보한 공정을 완성했다”리며, “실증과 사업화를 통해 폐기물과 탄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소자원화전략연구단 이대훈 단장도 “이번 연구 과정에서 공정 기술과 더불어 여러 요소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온실가스 처리와 고품질 소재 생산 등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계연은 2022년 4월부터 2025년 6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의 혁신도전 프로젝트 사업으로 해당 사업단을 운영해 왔다. 이번 플라즈마 전환 공정과 함께 도출된 요소기술들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