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벗어난 이탈리아 화학산업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긴 부진을 털고 회복세로 돌아선 이탈리아 화학산업은 7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연구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면서 독일과 함께 유럽의 화학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원유가 하락과 유로화 약세로 전 세계의 중심에 선 이탈리아 화학산업의 전망을 본지와 함께 살펴보자.
* 자료 : KOTRA 글로벌윈도우
1. 이탈리아 화학산업 현황
최근 발간된 Federchimica(이탈리아 화학협회)의 보고서에서는 이탈리아 화학산업이 드디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화학산업의 2015년 1분기 생산량이 미세하게 증가한 것을 비롯해 2015년 4월 생산량도 동기 대비 1.4% 증가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는 이탈리아 화학산업의 2015년 12월 생산량에 대해 1.5% 증가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이탈리아 화학산업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2015년에는 적자에서 흑자로의 전환도 기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에는 수출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2015년 1분기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이 2.4% 증가를 보였으며 수출량은 2.5% 증가했다. 이러한 상승기류 속에서 국내 내수 또한 증가세로 힘을 보탰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눈에 띄는 성장과 플라스틱 산업의 이전과 같은 광범위한 소비는 화학산업 성장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4년 기준 이탈리아의 전체 화학산업 업체 수는 27만 7,000개, 업계 종사자수는 10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화학제품 중 유럽이 17.2%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데(1위는 33%의 중국), 이탈리아는 그 중에서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2014년 기준 530억 유로를 기록했으며, 세계에서는 열 번째 규모이다.
2. 이탈리아 화학산업 분야별 분포와 업체 현황
이탈리아 화학산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기타 정밀 화학제 및 특수 화학제(21.5%)이고 그 다음은 플라스틱 및 합성고무(14.6%)이다.
이어 향수, 화장품류와 가정용 세척제는 각각 8.4, 7.8%를 점유하고 있으며 니스, 잉크 및 접착제는 10.2%에 이른다.
이탈리아 화학산업은 이탈리아 기업과 외국 자본으로 이루어진 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구성된다.
이 중 45개 그룹이 세계 수준인 1억 유로 이상의 매출액을 창출하면서 세계 화학산업의 리더 그룹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Versalis, Mossi&Ghisolfi, Radici, Polynt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산업 구성에서는 중소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화학산업을 이끌고 있는 중소기업은 뛰어난 품질과 소비자 맞춤형 제품 생산을 통해 전체 생산량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과의 철저한 분업과 협업을 통해 상생의 길을 꾸준히 모색하는 중이다.
이들 45개 그룹 외에 다른 이탈리아 기업들 역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7년 동안 해외시장에서 제품 생산율을 34%에서 42%로 크게 성장시켰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4년에는 이탈리아 화학 기업의 73%가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에도 이탈리아는 7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연구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투자 수준이다.
이 같은 활발한 R&D 투자는 이탈리아 화학산업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R&D 투자는 매년 10% 이상씩 증가했으며,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탈리아 화학기업의 80% 이상이 R&D 투자를 오히려 확대해왔다.
뿐만 아니라 대학과의 활발한 산학 협력 및 리서치 기관들과의 협력도 이탈리아 화학산업 발전에 큰 역할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각 분야의 노력들이 더해지면서 이탈리아 화학산업은 몇 년 전만해도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여전히 견실하고 견고한 산업분야로서 재도약을 이어가고 있다.
3. 이탈리아 화학산업 성장의 어려운 여건
전반적인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성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내재하고 있다.
이탈리아 화학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점은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고질적이고 복잡한 관료주의 문화다.
또한 에너지원에 지출되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도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유럽 평균 수준인 프랑스보다 30%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3배, 중국의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한편 제품 생산까지의 공인 허가과정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점과 환경 보호를 위한 법령 혼란도 생산 시스템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화학산업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 여러 산업에서 경쟁력 확보를 저해하는 요소이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서는 혁신적인 화학제품 연구나 개발이 대중의 반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화학제품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탈리아는 화학제품 생산이 결코 해롭지 않으며, 생활에 이롭게 이용된다는 점을 캠페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4. 이탈리아 화학산업 전망 및 시사점
지금의 원유가 하락과 유로화의 약세는 이탈리아 화학산업 성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대부분도 이탈리아 화학산업이 2016년에도 큰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가 하락과 유로화 약세라는 두 가지 요인만으로는 이탈리아 화학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유럽 국가들과의 산업협정이 필요하며,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공조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미국에서의 생산 환경이다. 미국에서 유럽 기업이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의약품협회에 6만 달러를 지불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공인인증서 취득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EU 국가 간의 대기오염가스 배출 할당제에 대한 개정 작업도 변수 중 하나다.
7월 중 스트라스부르의 총회에서 가스 배출 할당제에 대한 최종 승인이 날 예정인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단, 한국 화학 기업의 경우는 유로화의 약세로 당분간 이탈리아로의 수출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대상 기자]


![[산업전망] 인도 EPDM 시장 전망](https://file.yeogie.com/img.news/202406/md/m4G8EiK42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