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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성 고분자와 유기반도체 재료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下) 이명규 기자 2015-05-27 16:26:49

 

(36)Plastic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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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성 고분자와 유기반도체 재료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앨런 맥디아미드, 히데키 시라카와, 앨런 히거 등 3명의 과학자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1977년에 발명하고, 그 후 23년간 그것의 유용성을 입증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함으로써 200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이들은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전도성 플라스틱: Conductive Polymers) 분야를 화학과 물리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연구분야가 되도록 발전시켰으며, 이후 실용화 성공사례가 속출돼 소위 플라스틱 전자시대가 개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본지에서는 ()한국과학문화진흥회에서 게재한 강박광 교수의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라는 자료를 재조명해봤다.

 

* 자료. ()한국과학문화진흥

반도체는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인간의 생활상을 뿌리 체 바꿔 놓은 정보화 사회로의 변혁에 있어, 하드웨어 측면의 주역이 되었고 그 재료로서는 실리콘이 중핵 위치를 굳혔다. 실리콘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면서 IT산업을 지탱하는 중핵 재료임과 동시에 유리, 시멘트, 모래 등의 구성원소로서, 딱딱하고 강하나 높은 온도에서 녹아 가공하기 힘든 무기물의 특성을 갖고 있다.

1947년에 반도체(트랜지스터)가 발명돼 1956년에 그에 대한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됐고, 2년 후인 1958년에 반도체 집적회로가 발명돼 2000년에 다시 한 번 반도체 분야에 대한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되면서 50여 년간의 기간 동안 실리콘은 정보화 사회의 황금 재료로 확고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실리콘은 1,000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초고 순도로 가공해야 반도체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고, 딱딱하고 융점이 높아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실리콘의 제조 과정에서 강한 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해발생도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1950년대부터 값싸고, 낮은 온도에서 제조할 수 있고, 가공성이 좋은 반도체 재료를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에서 찾으려는 노력 즉 유기반도체 재료의 탐색이 시작됐다. 이는 1954년에 무기반도체 수준으로 전기를 통할 수 있는 유기재료(Perylene-iodine Complex)가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후 1972년에는 금속 수준으로 전기를 통하는 유기재료(TTF-TCNQ)가 실험실적으로 개발됐는데, 이로서 반도체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단분자(또는 저분자) 수준의 유기반도체 재료의 존재는 확인됐으나 성능, 안정성, 수명 등이 실리콘에 비해 매우 떨어져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특히 1977년 전도성고분자(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과 2000년의 그에 대한 노벨상의 수여는 유기 반도체 재료 탐색의 범위를 유기 단 분자 재료에서 플라스틱 분야까지로 대폭 넓혀 놓았다. 플라스틱의 경우 분자 구조를 다양하게 변화 시킬 수 있는 인공합성 기술이 매우 발전해 있어 원하는 재료물성을 구현하기 위해 분자 구조를 여러 가지로 변화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유기반도체 재료로서 플라스틱 특성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플라스틱의 장점을 반도체에 적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장점은 제작공정이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해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성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며, 충격에 의해 깨어지지 않고,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래의 반도체 산업이나 영상산업에 꼭 필요한 특성이라 생각되고 있다.

특히 미래형 영상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용 화상 화면을 스크린 모양의 얇은 천 같이 만들 수도 있고, 나아가 구부리고, 말고, 접을 수도 있는 등 성형 가공의 자유도가 높은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성이 있는 유기재료(플라스틱을 포함)를 사용해서, 얇은 필름(박막)형태의 트랜지스터 즉 유기 반도체 박막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실리콘을 이용해 얇은 막 형태의 미세한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수백만 개 단위로 유리평판위에 나열해 만든 박막 트랜지스터(TFT)와 유사한 것을 의미하며, 이에 LCD를 결합하여 실리콘 베이스의 대형 평판 LCD TV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도성 고분자의 출현은 앞으로 실리콘 반도체 시대로부터 탄소 반도체 시대로 옮겨가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전도성고분자의 분자구조는 그 골격이 탄소로 이어지는 사슬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그림1> 참조) 탄소 중심의 반도체 재료인데, 근년에 탄소로만으로 이루어지는 두 가지 반도체재료가 출현하여 연달아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서 실리콘이 아닌 탄소가 중핵 원소가 되는 새롭고 혁신적인 반도체 재료의 연구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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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Polyacetylene(2000년 노벨상 수상, 검은 구슬은 탄소를 표시)

 

그 하나는 60개의 탄소만으로 이루어지는 축구공 모양의 분자인 풀러렌(Fullerene)이란 재료인데(<그림2> 참조), 그 재료의 발명에 대해 1996년에 노벨화학상이 수여됐다. 풀러렌은 발명 당시는 축구공 모양이었으나, 최근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튜브 형상으로도 만들 수 있게 되어 이를 탄소 나노튜브라 부르고 있으며 혁신적 반도체 재료로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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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Fullerene(1996년 노벨상 수상, 검은 구슬은 탄소를 표시)

 

다른 하나는 탄소가 평면상의 육각형 그물망처럼 나열해서 이뤄진 거대 분자인 그래핀(Graphene)인데(<그림3> 참조), 2010년에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된 재료이다. 전도성고분자가 200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을 감안하면 탄소 중심의 반도체 재료가 근래에 3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들 세 가지 재료는 앞으로 탄소 반도체 시대를 열어갈 주역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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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Graphene(2010년에 노벨상 수상, 검은 구슬은 탄소를 표시)

 

트랜지스터는 기본적으로 수백만 내지는 수십억 개에 달하는 위치의 미세한 소자에 원하는 양의 전류를 일시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반도체의 핵심 기능을 구현한다. 유기 재료를 사용한 박막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트랜지스터에 비해 아직은 동작 속도가 늦어 속도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용도로부터 차츰 다양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속도보다는 넓은 면적 위에 소자를 제작하거나 낮은 공정 온도, 구부림 등이 보다 중요한 경우, 특히 저가 공정이 필요한 경우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특히 반도체는 딱딱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인간의 상상력에 따라 무궁무진한 응용분야가 출현할 것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플라스틱 기반의 유기 LED TV와 구부림이 가능한 LCD 디스플레이, 신문이나 출판 산업을 뿌리 채 바꿔 놓을 전자종, 입고 다닐 수 있는 의복 형태의 컴퓨터의 구현 등이 그 몇 가지 사례이다.

전도성고분자를 반도체 재료로 사용하려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를 용매에 녹여 가공하는 용액 공정의 사용으로 박막 형태의 가공을 아주 손쉽게 이뤄보려는 것이다. 용액 공정의 사례로는 재료를 잉크처럼 만들어 노즐로 분사해 박막을 형성하는 잉크젯 방법, 기판에 인쇄해 박막을 형성하는 스크린 프린트 방법, 용액 방울을 회전판에 떨어뜨려 회전력으로 퍼져나가 얇은 막을 형성하게 하는 회전도포법 등이 있다. 이러한 용액 공정을 사용하면 공정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고, 대면적 박막 공정이 가능하며, 재료의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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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세계최초의 풀칼러 OLED

 

소니(Sony) 사는 20075월 세계 최초로 <그림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기박막트랜지스터(Organic Thin Film Transistor)와 유기발광소자(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를 플라스틱 필름 위에 집적화한 풀칼러 OLE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선보였다. 플라스틱 필름위에 성형한 유연성이 높은 유기박막트랜지스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얇고, 가볍고, 구부릴 수도 있는 디스플레이가 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규 기자]

 

<본 내용은 <월간 플라스틱기계산업>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